2026. 4. 17. 13:29ㆍ작업
2025 경기도건축상 특별상
마을을 어루만지듯 북에서 남으로 잔잔히 흐르는 북한강. 그 강을 서쪽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마을 문호리. 대지는 서종중학교 옆으로 마치 다른 세상으로 연결된 통로처럼 느껴지는 오솔길을 들어와 두 번쯤 돌아서면 나타나는 작은 마을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남서쪽으로 이천년 초반 즈음 이 마을이 개발될 때 만들었던 상태 그대로 이십여 년을 풀들과만 함께 지내온 콘크리트 옹벽이 감싸고 있던 땅이었다.

“2층이면 강이 보일 거 같아요. 2층 맨 서측 아이들 방에는 테라스를 만들어 주세요.”처음 현장에서 만난 날 건축주는 말했다.“그리고 동쪽 집이 우리보다 높은데 마당이 내려다보지 않게 2층 높이의 옹벽 같은 것을 세울 수 있을까요?”

옆집은 옆집대로 남향을 바라보며 조망이 열려 있기에 이 집의 프라이버시를 위한 장치는 명분이 있어 보였다. 다만 가리는 역할을 하되 그저 벽이 아니었으면 했다. 그 벽 안쪽에 있게 될 테라스는 르 코르뷔지에나 가우디의 옥상만큼은 아니어도 아이들이 즐겁게 나와서 쉴 수 있는 테라스로 만들자. 루이자 메이 올콧의 소설 ‘작은 아씨들’이 저절로 생각났던 네 자매들 (물론 이 집의 아버지는 남북전쟁에 참전한 소설 속 아버지와 달리 일찍 퇴근해 집으로 온다.) 이 주로 지낼 2층에서 언제든 나와 마당의 엄마와 가까운 마을 풍경, 멀리 북한강과 그 너머까지 바라보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렇게 건축주의 요청은 단순한 벽이 아닌 타원의 곡선으로 올라가는 바닥과 벽의 중간 성격을 가진 무엇이 되었다. 이 곡선은 실내에서는 천장의 곡면으로, 외부의 테라스에서는 바닥이 융기한 기댈 수 있는 벽으로 경험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부족한 오전의 채광을 확보해주는 고창도, 테라스로 나가기 전 비를 가려주는 처마 아래의 공간도 모두 이 곡선의 볼륨 안에 들어 있다. 언젠가 소녀들은 이 작은 둥지 (little nest) 같은 공간에서 만곡의 벽돌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해바라기를 하리라.


그리고 건축주의 처음 요청이었던 북한강이 보이는 2층 서쪽 테라스 역시 변주된 두 번째의 타원 곡선으로 이루어져 집은 전체적으로 단일한 테마를 갖는 간결한 매스가 된다. 이 두 번째 작은 곡선의 안쪽은 아이들 방에 딸린 옷방이 된다.

벽돌을 쪼개어 쌓은 거친 벽면의 포치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약 3미터 깊이의 처마를 가진 7.7미터 폭의 베란다를 통해 마당의 밝은 빛과 녹음이 불현듯 펼쳐진다. 이 베란다와 2층의 두 테라스 외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식당 앞의 아담한 베란다 - 숨어 있기 좋다 - 가 있고, 북측 입구의 포치와 2층의 복도 테라스, 그리고 남천과 이끼석이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는 계단참의 작은 중정 등을 통해 집은 구석구석 외부와 소통한다.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634.0㎡
건축면적 196.55㎡
연면적 245.68㎡
규모 지하1층, 지상 2층
구조설계 SDM PARTNERS
시공 (주)정담건설
설계기간 2021. 08 – 2023. 02
공사기간 2023. 03 - 2024. 04
사진 Joel Morit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