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단독주택_3

2020. 12. 17. 14:16작업

2020 경기도건축상 입선

양평군 서종면은 강을 끼고 동쪽으로 펼쳐지지만 산세가 낮아도 뚜렷하고 골짜기가 제법 깊은 동네다. 북이 아니라 남쪽으로 산을 바라보고 있는 마을도 꽤 된다. 건축주가 고심 끝에 고른 땅은 서종면을 동서로 달리는 중미산로에서 쑥 들어와 두세 번 꺾어져 길이 끝나고 산자루가 시작되는 곳, 도시로 치면 막다른 골목길 같은 곳에 있었다. 땅은 이미 주택을 짓기 위해 경사진 땅을 돋우고 꽤나 부담스러운 옹벽을 쌓아 놓은 상태였다. 대지의 북쪽에서 진입하며 커다란 옹벽의 오른편 경사로로 대지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깊고 조용한 산이 의연하고, 돌아서면 북쪽으로 낮고 넓게 서종면 마을이 펼쳐진 풍광을 볼 수 있었다. 남향으로 산이 있는 것 치고 볕은 아쉽지 않게 들어왔고, 오후 햇살은 오래 머물 터였다.

건축가로서 가질 법한 첫 번째 고민은 응당 저 4.5미터 가량의 보강토 옹벽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였다.대지에 새겨진 인공의 흔적. 나 역시 지금부터 인공의 흔적을 남길 태세지만 솔직히는 보강토 블록 위에 앉은 전원주택의 상투성을 피하고 싶었다. 게다가 보강토 블록의 곡선은 비교적 넓은 대지에 비해서도 큰 반경으로 돌아가며 대지 전체를 정의하는 하나의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보강토 블록을 헐고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지하주차장에서 마당으로 올라가는 그림을 그렸다. 안됩니다, 소일거리로 마당을 가꾸려는데 가끔은 1톤 트럭이 대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보강토 블록은 유지.

도로에서 대지가 이미 4.5미터 가량 높기 때문에 거기에 2층 높이를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건축주가 요구한 2층의 프로그램을 1층으로 넓게 깔아서 그렸다. 산세에 가능한 순응하는 낮고 넓게 펼쳐진 집. 벌려진 손가락 같은 집의 마디마디로 자연이 스며드는 집. 안됩니다, 지금은 없지만 언제라도 저 북쪽 대지에 다른 집이 들어서면 북쪽 풍광이 가려질 수 있어요, 2층이 되어야 이 경치를 방해 받지 않고 바라볼 수 있어요. 낮고 넓게 펼쳐진 1층 집 폐기.

보강토 블록의 커다란 곡선에 대응하는 제2의 작은 곡선을 가진 외벽을 그렸다. 좋습니다. 건축주는 내가 그린 초기의 거친 스케치를 휴대폰으로 찍어갔고, 못난 스케치는 한동안 건축주의 SNS 프로필사진으로 쓰였다. 결국 보강토 블록의 곡선이 변주되어 벽체의 곡선이 되고 벽체의 곡선은 내부에서 동선의 흐름에 특징을 부여하고, 공간을 나누는 마디가 되어 실의 배치를 결정짓게 되었다.

집은 진입도로를 등지고 나만의 내밀한 정원을 감싸 안는 형태가 되어 창을 절제한 북측면에 비해 편백나무 욕조가 있는 안방 욕실에도 부담 없이 큰 창을 두고, 식당은 두 면에 폴딩도어로 열 수 있게 하여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1층의 긴 처마는 집의 수평성을 강조하고 일조량을 조절할 뿐 아니라, 처마 아래 바닥의 포장을 따라 여유로운 외부 공간을 만든다. 2층 테라스의 기둥 없이 2.4미터가량 뻗은 처마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이 처마 아래에서의 날들이 가족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새겨지길 바란다. 비가 오는 날, 유난히 햇살이 깊게 드리우는 날, 사방이 옅은 녹음으로 물드는 날, 각각의 날들이 시간이 흐르며 저마다의 색으로 중첩되어 갈 수 있도록 근사한 배경이 되어주는 일. 그게 건축이 해야 할 일 아닐까.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032.0㎡
건축면적  192.94㎡
연면적  198.73㎡
건폐율 18.70%
용적률  19.26%
규모  지상2층
외부마감  스페인산 토석벽돌
구조설계 SDM PARTNETS 
기계설계  태양이엔이 
전기설계  (주)다우티이씨
시공 직영공사 
설계기간  2018. 12 – 2019. 02 
시공기간  2019. 04 – 2019. 11 
사진  노경

 

'작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양명초 체육관 + 급식시설  (0) 2020.12.17
의왕 근린생활시설 + 다가구주택  (0) 2020.12.17
양평 단독주택_2  (0) 2020.12.17
양평 단독주택_1  (0) 2020.12.17
중동 1150.1 근린생활시설  (0) 2020.12.17